‘신의’란 무엇일까? ‘신’은 믿음이다. 믿음이란, 상대를 속이지 않는 것이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믿음은 자기가 한 말을 실천하고 지킴으로써 생겨난다. 즉, 진실한 말과 행동을 보임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믿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친구 관계에 있어서 믿음은 이보다 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 진정한 친구로서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부터 서로를 해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바른 생각과 행동으로 친구를 욕되게 하지 않고 서로의 명예를 빛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 서로의 인격 도야와 성실한 삶을 이끌어주고 격려해 줄 것이라는 믿음, 서로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고 용서하며 관용을 베풀 수 있다는 믿음 등 모든 면에서의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란 무엇일까? ‘의’는 원래 바르고 옳은 것을 의미한다. 즉, 잘못을 바로잡고 타협하지 않으며, 잘못인 줄 알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옳지 못한 방법을 택하거나 부당하게 자기 몫을 챙기지 않는 정의를 뜻한다. 정의란, 약자를 괴롭히지 않으며, 강자의 횡포에 비굴하게 굴복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다. 더 넓은 의미로 ‘의’는 의리를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친구 관계에서 신의란 친구 사이의 믿음과 의리라 할 수 있다. 친구 관계를 변하지 않고 지속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신의가 중요하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로운 친구와 해로운 친구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정직한 사람을 벗하고, 신의가 있는 사람을 벗하고,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하면 유익하다. 겉치레만 하고 곧지 못한 사람을 벗하고, 아첨 잘 하는 사람을 벗하고, 빈말 잘하는 사람을 벗하면 해가 된다.

친구 사귐에 있어서 신의의 중요성은 화랑도의 행동지침이었던 세속 오계의 ‘교우이신(交友以信)’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친구 관계에서 신의를 지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 사이의 신의 문제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큰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비로소 진정한 신의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친구는 평소에만 잘 어울리고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가 아니라,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이다.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는 자식이 있다 해도 부모를 대신하여 목숨을 바치는 예는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친구를 위해서는 자신의 생명까지도 바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신의는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덕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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