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상 GNB온세계방송 회장

세계 각국의 전통 윤리는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지니고 있다. 보편성은 각 나라가 전통 윤리를 강조하는 일반적 추세에서 드러나는 성격이다. 전통 윤리를 강조하는 추세의 보편성은 사회 구조적인 측면과 개인 가치의 측면에서 그 성격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사회 구조가 산업화, 정보화됨에 따라 ‘빠름'을 선호하던 데서 벗어나 점차 삶의 여유를 찾기 시작하였다. 최근,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슬로푸드 운동'도 느리게 사는 데서 느꼈던 여유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다. 즉, 사람들은 현대 사회의 신속함과 빠름의 추구에 염증을 느끼고, 전통 사회에서 존재했던 생활양식과 규범들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생산과 소비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데서 벗어나 점차 생활의 여유로움을 찾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것들을 선호하고 있다. 인공적인 기술 문명과 도시화에 따른 편리함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의 여유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던 데서 벗어나 전통적인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개인사이의 긴장 고조와 인간성의 상실 문제는 타인에 대한 관용, 예절 및 책임감 같은 전통적 가치를 선호하게 만들었다. 지나친 개인의 권리나 욕구 존중은 인간관계의 유대에서 느꼈던 정겨움을 사라지게 하였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함께 하는 기회를 통해 정서적 유대를 확인하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가치와 그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한 저명한 정치학자는 「문명의 충돌」에서 탈냉전 시대에 인류는 인간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 즉 "우리는 누구인가?"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인류는 그러한 질문에 대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고 파악하였다. 그는 "그것은 자기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조상, 종교, 언어, 역사, 가치관, 관습, 제도 등을 가지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라고 하였다. 즉, 1990년대 이후 서구 중심의 가치도, 이데올로기적 가치도 아닌 문화적 특성에 따라 인류를 분류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전통 윤리가 지닌 가치의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 윤리에 대한 보편성의 이해와 함께 전통 윤리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문명 혹은 각 나라는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지켜 온 고유한 문화와 규범들을 지금도 소중하게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세계 문명권을 특성에 따라 7, 8개 정도로 나누어 볼 때, 그 특수성을 찾아볼 수 있다. 유교를 중시하는 동아시아 문명권에서는 예절과 인격 존중, 그리고 조상에 대한 공경 등을 매우 중시한다. 또, 정신적 해탈을 중시하는 힌두교 문명권에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긍정적이며 초월적이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알라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표현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리스도 정교를 믿는 정교 문명권, 서구 문명권, 라틴아메리카 문명권, 아프리카 문명권 등에서도 각각의 역사와 전통에서 오는 가치들을 소중히 여기며 보존하고자 노력한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들은 각자의 문명권이 지닌 고유한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의 역사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조상들이 간직하고자 노력했던 소중한 전통 가치이다. 그것은 전통 문화일 수도 있고 전통 윤리일 수도 있다. 그들이 보존하고자 하는 것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이며 가치이지만, 이러한 전통 가치들의 특수성 속에서도 인간애, 공동체적 가치, 초월자에 대한 경외 등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 온 가치들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각 나라가 지키고자 하는 다양한 전통 윤리의 특수성 속에서 인류가 추구하는 전통 윤리의 보편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를 통해 각 문화에 대한 존중 및 인류애의 토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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