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은(대전목동초등학교 6학년)

신선한 봄바람에 하늘하늘한 벚꽃 잎이 소리 없이 떨어지던 어느 봄날,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 때를 기억하시나요? 그 날 저녁도 텔레비전에서는 온통 세월호 참사에 관한 뉴스와 애도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우리 가족은 저녁시간이면 텔레비전 앞에 모여 형제와 자식을 잃은 가족을 애도하며 함께 기도하고 슬퍼했습니다. 그렇게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기적을 기도했던 늦은 밤, 불현 듯 아버지의 휴대전화가 요란히 울렸어요. 전화를 받으신 아버지께서는 먹빛이 된 얼굴로 신발도 제대로 챙겨 신지 못하시고 뛰어나가셨고, 어머니도 곧 뒤따라 나가셨어요.

30분쯤 지났을까요? 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고 구급차로 급히 실려가 대학병원 응급실에 계신 상황이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정이 넘어서야 어머니만 돌아오셨고 아버지와 오빠는 병실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계셨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쁜 우리강아지….”하면서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늘 인자하신 모습으로 저를 보듬어주시던 할아버지는 그렇게 열흘간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할아버지를 멀리 보내드리며 뵈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늘 든든하고 우직하시던 아버지께서 이토록 어둡고 슬픔에 잠긴 모습을 이제껏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형제분들과 작은할아버지들을 한 번씩 다 안아주시고 집으로 돌아오셔서는 아이처럼 엉엉 목 놓아 우셨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우시는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어찌나 길고 슬펐는지, 그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늘 산처럼 높고 소나무처럼 든든하고 우직한 분이시지만, 아버지도 저처럼 많이 슬프고 힘드셨다는 사실을요. 그 날 이후 아버지께 가끔씩 손 편지도 쓰고 휴대전화로 하트를 많이 넣어서 문자도 보내곤 합니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힘이 난다고, 고맙다고, 더 열심히 일해서 오빠와 저를 잘 키우겠노라고 답장을 해주십니다.

이번에는 제 어머니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효행 실천하기’라는 숙제를 내 주셨을 때, 저는 어머니의 발을 씻겨 드리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리는 제가 불효녀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발을 닦아드리기 위해 어머니의 발을 자세히 본 순간 저는 누군가가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발은 자세히 보니 거칠고 상처가 많고 못난 모양이 되어 있었습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상처투성이에 못날 발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발을 끝까지 씻겨 드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고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어머니의 따뜻한 눈빛, 무엇보다도 포근하고 정겨운 품, 행동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사랑을 이 세상 무엇보다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 부모님의 열여덟 번째 결혼기념일에는 작은 편지를 써 드릴까 합니다. 평소 습관처럼 짜증을 내고 응석을 부리기도 하고 가끔 미운말로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막내딸이지만, 제 마음을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제가 부모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이렇게 좋은 부모님이 계셔서 얼마나 행복한지 말입니다. 아마, 제 인생에 최고의 행운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저희 부모님의 딸로 태어난 일일 것입니다.

저작권자 © GNB온세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