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윤(대전태평중학교 3학년)

우리 가족은 외할머니, 엄마, 아빠, 남동생, 나 다섯 식구가 함께 산다. 동생과 나는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대신에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자랐다. 덕분에 부모님께서 할머니께 효도 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보다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자랐다.

우리 할머니는 항상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걸 좋아하신다. 가끔씩 엄마랑 할머니께서 같이 쇼핑을 가시는데, 나도 따라가 보면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엄마 생신 때는 무엇을 해주면 좋아하실까 고민하다가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화장품과 편지를 써드렸는데 엄마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할머니의 마음이 곧 엄마의 마음이란 걸 알기 시작했다. 항상 나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조르기만 하고 받기만 했는데 막상 내가 엄마께 선물을 하니 정말 뿌듯했다.

집에 있다 보면 엄마 옛날이야기도 자주 듣게 되는데, 엄마 어렸을 때는 집 상황이 좋지 않으셔서 할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부모님께 신경 쓰지 않도록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지 않던 집안 형편에 장학금으로 대학교를 나오셨고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바쁘실 때면 첫째로서 동생들을 많이 챙겨주셨다고 한다. 나는 그 동안 동생을 잘 챙겨주기는커녕 오히려 싸우고, 내가 할 일을 떠밀기만 했었는데 동생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큰 효도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동생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더니 싸울 일도 없어지고 엄마아빠께서도 좋아하셨다. 할머니께서는,

“할머니가 요즘 지윤이랑 동건이랑 안 싸우고 잘 지내서 너무 행복혀~”
라고 하시면서 칭찬도 해주셨다.

종종 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면 할머니와 엄마가 안 계실 때가 있는데, 할머니께 뭐하고 오셨냐고 물어보면 한껏 들뜨신 말투로,

“할머니 엄마랑 유등천 산책 좀 하고 왔지~ 오랜만에 산책하니깐 개운하고 좋네! 지윤이도 나중에 같이 갈텨~?”
라고 하신다. 엄마께서도 너무 상쾌하고 좋다고 하신다. 나도 할머니랑 주말에 같이 도마동 시장까지 걸어가서 장도 보고, 엄마랑 유등천으로 산책도 가보면 좋아하시면서 다음에 또 가자고 하신다. 별것 아닌 걸로도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 괜스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한 집에 같이 살면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기는 힘들지만, 항상 할머니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서 편안하게 해주시려고 노력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도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외할머니와 같이 지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으실 것 같은데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주시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시는 것을 보면 할머니의 친아들처럼 느껴져 내 마음도 훈훈해진다. 요즘 들어서 부모님께 너무 짜증내는 모습만 많이 보여드린 것 같은데 나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려야겠다.

올해 할머니의 생신 때는 가족들이 서울에서 모두 모여 다 같이 즐겁게 밥도 먹고, 선물도 전해드렸다. 나도 그 동안 길러주시고 지금도 항상 잘 챙겨주시고 아껴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편지를 써서 할머니께 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셨다. 편지에 할머니께 은혜를 보답하며 항상 예쁜 손녀딸이 되고 싶다고 썼다. 이 약속은 이다음 내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 꼭 지키고 싶다.

얼마 전에는 우리 다섯 식구와 이모네 가족과 함께 유원지에 가서 바비큐 파티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놀고 다 같이 배드민턴도 쳤다. 할머니와 엄마께서 같이 배드민턴 치는 모습을 보니, 할머니께서 건강하셔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천에도 갔었는데, 할머니께서 회를 사주셔서 회도 많이 먹고 바다구경도 하고 레저시설인 ‘짚트랙’도 타면서 놀았다. 그런데 마지막에 ‘짚트랙’ 직원이랑 엄마랑 갈등이 생겼었는데, 그때는 엄마께 별걸 다 따지냐고 하면서 화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다. 엄마를 믿고 나도 엄마처럼 잘못된 것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요즘 친구들이랑 놀러 다닌다고 엄마께서 같이 놀러 가자고 하셔도

“친구들이랑 약속 있다고 했잖아요!”
라고 짜증내고 늦게까지 놀다가 들어오고 내가 나가고 싶으면 엄마께서 피곤하다고 하셔도 끝까지 졸라서 나가는데 너무 죄송하다. 아빠께는 핸드폰을 새로 바꿔 주시지 않는다고 볼이 부어서 아무 말도 안하는데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괜스레 더 짜증내고 말도 안 듣게 된다. 그리고 평소에도 친근한 딸이 못되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가 얼마나 외로우실까 생각하니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반성하고 효도하려고 노력해야겠다.

한동안 할머니께서 네일샵 다니면서 손톱관리를 받으러 다니셨는데, 그 이후로 매니큐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매니큐어 바르지 말라고 엄마랑 싸웠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엄마랑 같이 손톱 관리를 한다. 초등학교 때는 그저 엄마가 무섭고, 한없이 높은 존재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중학생이 되어서 엄마랑 이렇게 같이 취미를 즐길 수 있어서 엄마도 좋아하시고 나 또한 너무 좋았다. 초등학교 때는 엄마께서 항상 옆에서 공부하라고, 숙제 하라고 계속 말해주셔야 겨우겨우 했었는데 중학생이 되어서는 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셔도 내 스스로 노력하고 해내는 모습에 매우 기특해 하시는 것 같다. 최근 들어서 공부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투덜대고 짜증낼 때도 많아졌지만 항상 열심히 노력해서 엄마 아빠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

며칠 전에는 엄마께서 피곤해 하실 때 설거지를 했더니 매우 고마워하셨다. 집에 있을 때 내 할 일 한다고 집안일을 많이 도와드리지 않는데, 앞으로는 엄마가 피곤하다고 부탁하지 않을 때에도 내가 먼저 나서서 집안일도 도와드려야겠다. 가끔 일하고 늦게 들어오셨을 때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좋아하셨는데 앞으로도 엄마의 피로를 풀어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피로를 풀어드려야겠다.

부모님께서 일하고 저녁에 오셔서 저녁식사는 거의 할머니가 요리하신다. 원래 나는 편식도 엄청 심하고 밥도 잘 챙겨 먹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맛있게 잘 먹는다고 할머니께서 칭찬도 해주시고 엄청 뿌듯해 하셨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언젠가 한번 내 방에서 자지 않고 거실에서 잔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내가 없어진 줄 알고 깜짝 놀라셔서

“지윤아! 지윤아! 황지윤!!”
하시던 것이 생각난다. 이번에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엄마, 아빠, 할머니 모두 너무 속상해 하셨는데 다른 것들을 굳이 찾아내서 효도하려고 하지 않아도 밥 잘 먹고, 건강하고, 곁에서 예쁜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부모님을 보면서 부모님께서 할머니께 잘하는 만큼 나도 보고 배워서 지금 할머니께는 물론, 엄마 아빠께 효도하고 공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센스 있는 딸, 친근한 딸, 속 썩이지 않는 딸, 노력하는 딸, 건강하고 예쁜 딸이 되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겠다.

사랑하는 우리 부모님이 늘 효도하시는 것을 보며 자라는 나도 우리 할머니께 언제나 사랑스러운 손녀가 되도록,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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