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미(대전광역시 유성구 계룡로 38번길 63)

급하게 도시가스 기사님께 전화를 했지만 늦은 시각과 예약이 밀려있는 관계로 오늘은 올 수 없다는 기사 아저씨의 말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날 우리가족의 끼니는 급한 대로 주문 배달 음식으로 때웠고, 아침식사는 값 비싼 휴대용 버너를 이용하여 해결하였다. 집에 도시가스가 연결이 되지 않아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이렇게 고생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그 후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달려오신 도시가스 기사 아저씨가 귀한 손님이 온 것처럼 정말 반갑게만 느껴졌다.

언젠가 딸과 함께 한 편의 영화 「혹성 탈출」을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에서는 원시 시대의 모습을 배경으로, 유인원들이 불을 지피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은 가스도 석유도 아닌 자연에서 구한 최소한의 도구를 이용해 불을 지펴 사용한다. 매우 능숙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불을 지펴내지만 이전에 그들도 불을 사용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이전의 가스에 대한 중요성과 고마움을 몰랐을 때에는 저러한 장면의 것을 보며 그저 재미와 흥미만을 느꼈을 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런 장면들을 다시 떠올려 보면 그들의 수고와 도전정신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주 오래전 불의 발견부터 현대의 도시가스까지 여러 도구와 다양한 기술로 인해 불을 다루는 원료가 진화되고 변화하면서 더불어 편리함까지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스에 대한 소중함을 딸과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도기 가스기사의 이야기에 의하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도시가스는 인도네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LNG선으로 공급 받아 평택의 LNG인수기지에서 기화단계를 거쳐 한국 가스공사로 옮겨진 후 지하 배관을 통해서 우리 가정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수천만 리를 달려온 귀한 손님 도시가스. 현대인들에게 식생활의 변화를 주고 더욱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외국손님 도시가스.

나는 가스가 끊긴 동안에 도시가스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뀌게 되었다. 익숙함에 무디어 가스가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망각한 채 살았던 나의 생각을 꼬집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일상의 일들 중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안 돌아가면 정말 불편하기 그지없는데 그것이 해결되니 더할 수 없이 고맙고 마음이 밝아진 것이다. 일상적인 것에는 감사하는 마음도, 고맙다는 마음도 가져보지 않고 살았던 나에게 이번 일은 하찮은 일에도 감사하고 고마움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꼭지만 틀면 수돗물이 콸콸 나오고, 스위치만 올리면 전깃불이 켜지며, 먼 곳에 있는 지인들에게 전화기만 들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이 모두가 그 분야에서 땀 흘리며 노력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고 살자. 여러 곳에서 자기 맡은 일에 열심인 분들이 계시기에 내 생활이 이렇게 편하고 불편함이 없는 게 아니겠는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오늘은 귀한 손님이 방문하는 날이다. 한 달 동안 귀하게 사용한 가스를 검침하기 위해 검침원 아주머니가 오시는 날인 것이다.

“엄마! 도시가스 사용량 기록해 놓았어요?”
‘아 참, 계량기 확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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