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고 생활환경과 삶의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의 남녀관이나 성에 대한 관념도 전통 사회에 비해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남녀 교제가 오늘날에는 일반화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의 이성 교제는 그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청소년기의 이성 교제는,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삶의 협력자로서 이성의 제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인 문란과 도덕적 혼란을 초래하는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통 사회는 오늘날과 같이 인구 밀도가 높지 않았고 생활공간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남녀 간에 서로 만날 기회가 흔하지 않았다. 따라서 남녀 간의 교제는 매우 폐쇄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 사회에 비해 남녀가 접촉할 기회가 훨씬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남녀의 대면과 교제가 자연스러워졌다. 또, 남녀평등 의식이 확대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삶의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여성들의 교육 및 사회 활동에의 참여가 일반화되었고,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이 이성 간의 교제를 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혼인이나 순결에 대한 관념도 전통 사회에 비해 많이 변화하였다. 전통 사회에서는 혼인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였고, 혼인을 함으로써 가족 구성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무엇보다 중요시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 혼인은 가문과 사회 구성원을 재생산하는 인류의 중대 과업이라는 인식은 희박해진 반면에, 사랑, 행복, 욕구 등을 추구하는 개인의 권리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혼인에 따른 가족적·사회적 책임 의식은 약화되고 자신의 욕구와 행복의 실현을 추구하는 권리의 한 측면이라는 생각이 확산됨으로써, 혼인과 파혼이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쉽게 결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이혼율의 증가는 가정 파괴와 청소년 문제 등 심각한 사회 문제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혼인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는 성에 대한 생각과 태도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전통 사회에서 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신성하고 존엄한 대상으로 여겨졌으나, 현대 사회에 이르러 성은 인간의 여러 욕구들 가운데 하나이며, 쾌락을 얻기 위한 한 가지 수단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정조 관념이나 순결 의식이 약화되고, 성 도덕이 무너지고 있으며, 성의 상품화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의 소중한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순결 의식을 회복하고, 이성을 성의 대상으로서 아닌 인격체로서 바라보는 올바른 이성관을 정립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 이성 교제는 성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성의 제반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건전한 이성관을 확립하기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하며, 아울러 이성 교제가 자신의 조화로운 인격 도야를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