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제도와 가부장적 가족 윤리는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변화하고 있다. 대가족 제도와 가부장적 윤리가 전통적인 농경 사회에 적합한 것이었듯이, 앞으로는 오늘날의 산업 사회, 더 나아가 후기 산업 사회에 적합한 가족 윤리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즉, 전통 윤리에서는 가족 공동체를 강조하였지만, 오늘날에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이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윤리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 윤리를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 전통적 가족 제도 아래에서 자아의 범위가 개인의 테두리를 벗어나 가족 전체에까지 미쳤다는 사실은 오늘날에도 그 가치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말해 준다. 왜냐 하면, ‘나’ 하나만을 지키기에 급급한 인간상보다는 ‘우리’를 위하여 작은 ‘나’를 잊을 수도 있는 인간상이 한 단계 높은 윤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편,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 서구 가정은 구성원들이 수평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서구의 핵가족 제도는 가족 사이에서도 내 것과 네 것을 분명히 구분하며, 가족들이 작은 ‘나’를 넘어서서 ‘우리’로 화합하는 높은 차원의 심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가정 윤리는 개인의 자아의식과 가족의 일원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형제자매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남녀 차별적인 제도를 수정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남녀 차별적 시각을 변화시켜야 한다. 첨단 과학 기술과 기계의 힘이 사회적 능률을 좌우하는 사회에서, 노동력의 차이로 남녀의 우월을 가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연로한 부모를 봉양하는 일에는 장자뿐만 아니라 딸을 포함한 모든 자녀들도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남녀평등 의식을 기반으로 하여 서로 아끼고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현대 산업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사회이며,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회이기도 하다. 개인의 능력은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 않으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경쟁에 뒤쳐진 사람들은 삶의 안녕을 보장받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농경 사회는 성장 속도가 느리고 안전성이 높았던 사회인 데에 비해, 현대 산업 사회는 변화가 빠른 만큼이나 불안정성도 큰 사회이다.

개인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 우리는 가족을 찾게 마련이다. 가정은 자신이 처음 몸을 담고 자라났던 곳이며, 형제자매는 부모와 함께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형제자매 간의 우애와 협동은 더욱더 가꾸어야 할 우리의 아름다운 덕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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