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용(대덕고등학교 1학년 반 27번)

기저귀는 아기들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죠.

아버지께서는 7남매 중 유일한 아들이라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내 기억 속에 할아버지께서는 편찮으셔서 침대에만 누워계신 모습 밖에 없습니다. 5살 때 만난 친구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태어나고서도 건강하셨는데 고모 생신 잔치에 가셔서 음식을 잘못 드시고 그 이후로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상에 오랫동안 누워계셨다고 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는 내가 10살이 되던 해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와 저는 별로 아름다운 추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외할머니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할머니는 병원에서 1년 정도 치료를 받고 다시 우리 집에 오셔서 우린 할아버지를 이어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때는 제가 어리고 아무 것도 몰라 할아버지를 모시는 데 있어 큰 부담이 없었으나 초등학교 고학년인 저에게 외할머니는 또 다른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는 내게 귀찮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내가 쓰던 침대와 방을 뺏기게 되었고 TV도 할머니가 원하시는 방송만 틀어드려야 하고 나이가 드시면서 점점 거동이 불편해 하시는 할머니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말도 잘 못하셔서 제 마음 속에 할머니를 무시하는 것이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 못해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시절 저는 밖으로 많이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 제일 싫은 것은 할머니가 똥, 오줌을 제대로 가리시지 못하셔서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셨는데 어머니가 저에게 성인용 기저귀 심부름을 시키시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일 목사님께서 설교 중에 하나님께서 아픈 부모를 하늘나라로 데려가시지 않는 이유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부모님을 통해 형제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왕래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부모님을 하나님 섬기듯이 섬기는 모습으로 천국에 보배를 쌓으며 어린 손자들이 배우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 뜻을 잘 몰랐으나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6남매인 어머니의 형제들이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시기 전에는 서로 연락도 없고 놀러가는 일이 없었으나 할머니가 오신 이후로 이모나 외삼촌들과 참 많이 만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할머니를 목욕탕에 모시고 여러 가지 불편함을 참고 있는 엄마에게 이전에는 다른 감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사실 잔소리 하는 엄마로 생각했는데 할머니를 모시는 엄마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존경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비록 외할머니는 이제 안 계시지만 할머니가 우리 집에 계셨을 때 짐이 아니라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주셨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GNB온세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