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삼(한말글 사랑 한밭 모임 보살핌 일꾼, 한글학회 명예이사, “향기로운 도시 만들기 연구소 연구부장”)

각 도시마다 아파트가 자꾸 늘어난다. 대전에도 목동, 대흥동, 가오동 등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문이다. 아마도 서양식 이름이 붙여질 것 같다. 파라곤, 더샵, 아이투빌처럼 읽기도 외우기도 어려운 이름이 붙을 것 같다. 아파트도 하나의 상품이니 이름이 촌스러우면 손님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핑계로 건축 허가제가 바뀌어 신고제로 된 이후 서양식 이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은 향기로운 도시 만들기 운동에 치명적인 찬물 뿌리기가 아닐 수 없다. 용두동에 미르마을, 샘머리공원에 샘머리아파트, 송촌동 가까이에 선비마을이 우리 시민의 정서에 맞는 이름인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이후의 낯선 이름들은 시민 정서와는 관계없이 줄지어 쏟아졌다.

목동은 옛날 못이 있었던 못골이 목골로 되었다. 못에는 연꽃이 있게 마련이니 ‘연꽃마을’, 대흥동에는 대흥초, 대전중, 대전고가 있는 곳이니 ‘세 별 마을’, 가오동에는 오(午)가 ‘낮 오’이니 ‘한빛 마을’이나 ‘가’가 더할 가 이니 ‘더 좋은 마을’ 등으로 이름을 짓도록 지도 조언해서 건축업자들을 설득해서 향기로운 도시 만들기가 잘 먹혀 가도록 하는 것을 생각해 봤다. 외국의 꽃보다 우리 꽃을 앞마당에 가꾸고 이름도 낯선 나무를 수입해서 심는 것 같은 그런 일이 어쩌다 하나는 몰라도 줄지어 다투어가며 멋대로 하는 것을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기를 바란다.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 체해서 병이 난다. 몸에 맞는 음식을 가려서 먹는 일은 슬기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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