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재(전 KBS 방송위원, CBN TV 회장)

나는 아직도 글을 연필로 쓰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등교하기 전에 새로운 각오로 연필을 가지런히 놓고 하나하나 칼로 깎으면서 자신을 가다듬던 소중한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이 세상 살다보니 부러질 일이 많습니다.

연필 부러지는 것이야 다시 깎으면 되겠지만 세상 삶이 서툴고 힘겨워서 더러는 마음까지 뚝! 하고 부러지기도 합니다.

연필도 힘이 너무 들어가지 않게 결대로 깎고 다듬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쉼표’가 있기 때문이며 그림이 좋은 것은 “여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생살이 또한 숨차고 힘들면 “삶의 쉼표” 찍어놓고 “내안을 살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흐르는 강물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만 찾아
굽이굽이 흘러 아무리 오염된 실개천이라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끌어안고 스스로 정화하면서 흘러갑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낮은 곳으로 내려가길 싫어합니다.

오로지 높은 곳만 바라보며 달려갑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을 리 없습니다.

남을 미워하고, 비난하고, 시기 질투하면서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사람은 멀리하려합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마음 맞는 사람은
적어지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서먹해져 외롭고 쓸쓸한 노년의
신세가 됩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강이 백 개의 계곡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계곡물 보다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라 하였습니다.

강물은 서로 다투지 않으면서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가?

강물과 같이 우리도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면
더 큰 “통합의 바다”에 닿지 않을까?

저 강물을 보라!

그는 쉬지 않고 오늘도 도도히 흐르나니…

2013.3.1 부여 고란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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