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윤리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주로 형식적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변화된 사회에 새롭게 적응하지 못하는 데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자.

첫째, 정서적 유대감을 중시하는 인간관계와 관련되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보여 주는 정(情)에 반해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정의 윤리는 인간관계에서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연줄을 중시함으로써 합리적 결정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의 부패 고리를 살펴보더라도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한 정서적 유대감을 지나치게 중시한 결과,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을 간과한 경우가 많았다.

둘째, 전통 윤리 중에 자랑할 만한 ‘우리 의식’ 이 가지는 문제점으로, 이는 정(情)의 윤리가 확대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의식’ 은 가족, 마을, 국가 공동체를 확고히 하는 중요한 윤리적 가치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보편화, 정보화의 진전, 세계화 추세 속에서 한 집단이나 사회가 ‘우리’라는 집단의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그 집단의 결속은 강화될지 모르지만, 다른 공동체에는 배타적이 되어 공동체 의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예가 바로 조선 시대의 ‘붕당(朋黨)’이다.

셋째, 수직적 인간관계 중심의 유교 윤리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한 예로, 우리의 대표적 덕목인 효(孝)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전통 윤리 덕목이다. 효 실천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도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효가 조선 시대의 통치 이념으로 이용되어 가부장제 사회를 유지하는 데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효의 강조가 폐쇄적 가족주의를 형성하는 데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효는 무엇보다도 자기 가문 혹은 가족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큰 공동체인 사회에 대해 무관심해질 수 있다. 때문에 효는 천하만민의 효천대도이므로 소아인 나를 버리고 대아의 효인 우리의 효로 승화되어야한다.

넷째, 우리 조상들은 대인 관계에서 합리적 계약보다는 체면과 눈치를 더 중시하였다. 체면은 인간적 도리를 뒷받침해 주고, 눈치 문화는 상황 윤리의 적절한 대응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심정 윤리가 합리성을 존중하는 현대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와 윤리 문제이다. 사회 활동에서의 남녀 차별, 육아에 대한 부부간의 불평등한 분담, 능력보다 외모에 의한 평가 등 여성들에 대한 불평등은 사회적 비효율을 낳는 요소이다. 이러한 점들이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법률과 구조적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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