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태승 수필가.(전)대전노은고 교장

한여름, 더위를 피해 유성나들목을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에 내소사 들머리에 닿았다. 능가산 산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한 내소사는 백제 무왕34년에 창건한 유서 깊은 천년 사찰이다. 이곳은 침엽수 향이 은은한 전나무 숲길로 시작된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울창한 전나무 숲길이 500m 가량 이어진다.

60여 년 전 조성한 전나무들이 이젠 거목으로 자라 파란 하늘을 모두 덮을 기세이다. 나는 속세를 벗어나 명상에 잠기며 숲길을 천천히 걸었다. 길가에 내소사 사적비와 해안당대종사행적비가 세워져 있다. 다리를 건너니 전나무 숲은 끝나고 노쇠한 벚나무와 새로 심은 단풍나무가 조화롭게 서 있다.

절 안에 이르니, 천 년 거목인 느티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높이 20m, 둘레 7.5m) 지나온 역사를 말해 주는 듯 듬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물 291호인 ‘대웅보전’의 우아한 자태와 건축 기법이 눈에 띈다. 이 건물은 못을 쓰지 않고 지은 다포식 구조의 목조건물이다. 두 나무를 이을 때, 나무를 깎아 끼워 맞추었다. 특히 대웅보전의 꽃살문은 우리나라 사찰 장식무늬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꽃살문은 나뭇결 그대로 도톰하게 살이 오른 듯 양각하여 입체감이 잘 드러난다. 꽃송이는 가로로 네 송이씩 일곱 줄로 여덟 짝의 문살에 새겨져 있다.

꽃송이 하나에 꽃 이파리 네 개씩 사방으로 뻗어 있다. 연꽃과 모란과 국화꽃이 사방연속무늬로 수놓은 듯 새긴 문살은 화사한 꽃밭이다. 빗국화꽃살문, 빗연꽃살문, 솟을모란꽃살문 등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꽃살문은 천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비바람에 씻기고 빛도 바랜 채 앙상하게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일깨우고 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법당, 그곳은 중생들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공간이다.

대웅보전은 관음조(觀音鳥)가 단청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삼존불을 모신 불단 후불 벽면에는 벽 전체 가득히 ‘백의관음보살좌상’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국내에서 관음좌상의 규모가 제일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귀중한 문화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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