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민주주의는 시련을 겪게 마련이다.

우리 국민은 민주공화국을 확고히 다지고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 위해 1960년대부터 젊은이들의 피와 땀을 바쳐 왔고, 현재까지도 지켜나가느라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난 괴리 현상을 가져오며 사회 곳곳에서는 각계각층의 갈등이 심화되어 가고 있고, 그 해결책은 묘연하기만 하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1936년 스페인은 총선거를 실시하게 되었다. 인민전선(Popular Front)이라는 공화파를 위시하여 사회주의자, 노조주의자, 군 지휘관, 그 밖의 모든 구정권 지지자, 그리고 팔랑헤라고 불리는 스페인 파쇼 분자들이 똘똘 뭉쳐 우익을 형성하여 인민전선에 대항하고 나서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벌어졌다. 투표결과는 좌익이 승리를 거두었다.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선거만은 공명정대하게 치르는 것이 서구적 전통인지도 모른다.

그 후 7월에는 군인이 공화정부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고 급기야는 스페인에 내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 내란으로 60만이 목숨을 잃고 부상으로 불구가 된 사람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이에 시달리던 민중이 드디어 궐기하여 전 세계 양심 있는 지도자들을 크게 감동시켰고, 보다 큰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고, 보다 큰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쁜 마음으로 바치는 사람, 그들의 사랑과 희생으로 세계는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를 누리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 시대에 큰 뜻을 지원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나서는 선진국의 젊은 의용군을 격려하면서 그들이야말로 십자군에 가담했던 젊은이들, 종교개혁에 희생을 무릅쓰고 나섰던 젊은이들, 17세기 영국 내란에서 부정부패의 찰스 1세와 그의 추종자들을 쓸어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청교도들과 같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란을 주제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유명한 작품을 쓰기도 했다.
그 내란은 피레네 산맥에 갇힌 이베리아 반도라는 작은 땅의 작은 사건이 한 나라가 어떤 의미에서는 민주주의의 미래를 나아가 인류문명을 판가름하는 중대한 사건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옳은 것이 늘 이기지는 않는다. 옳지 못한 것이 이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언젠가는 옳지 않은 것이 옳지 않음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의는 패하게 마련인 것이다.

역사가 언제나 정해진 제 길만을 가는 것은 아니다. 동으로 가야 할 것이 서로, 남으로 가야 할 것이 북으로 가기도 한다.

역사란 바로 그런 것이다.

스페인의 비극을 목격하고 시인 오든은 이렇게 읊었다.

저 별들은 다 죽었네
짐승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우리들은 각자 지난날과 더불어
외롭게 남겨져 버렸으나 시간은 이미 짧고
게다가 역사라는 것은 패자를 향해서는
아아! 하고 감탄사를 늘어놓아도
결코 도움도 안 주고 용서도 않는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지금의 우리나라의 청소년에게, 모든 국민들에게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나아갈 길을 분명히 밝혀주어 세계 최선진국의 대열에 우뚝 발돋움해 나아갈 수 있도록 밝은 빛을 밝혀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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