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태승 수필가.(전)대전노은고 교장

이 밖에도 고려동종(보물277호)은 고종29년(1222년) 한중서가 주조한 것으로, 조각이나 형태가 빼어나다. 만든 연대와 제작자가 명확해 범종연구에 귀중한 재료가 되고 있다. 그 밖에 법화경사본(보물278호), 영산회괘불탱(보물1268호) 등의 보물이 있고, 지방문화재로는 삼층석탑(지방124호), 설선당과 요사(지방125호), 금동여래좌상 등이 전해 온다. 설성당무쇠솥의 규모가 매우 큰 것을 보니 가람의 전성기가 짐작이 된다.

이곳은 자연과 조화로움을 간직한 아름다운 도량으로 손꼽히지만, 템플스테이(temple stay)로 유명한 곳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33개 사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 내소사가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국내외 모든 이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1박 2일, 2박 3일, 3박 4일 코스의 세 종류가 있다. 그 중 2박 3일 ‘트레킹 템플스테이’는 내소사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산사에 머물며 자아를 찾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산과 계곡을 천천히 거닐며 사색을 즐기고,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내면을 성찰한다. 우리 조상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산과 벌판을 걸으며 수련하던 것을 사찰에 맞게 재조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내소사를 뒤로 하고, 능가산 트레킹코스를 걷기로 했다.

전나무 숲에서 능가산 자락을 타고 산길로 들어섰다. 한여름에 깊은 산 계곡에서 나무그늘 아래 풀벌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니 자연과 물아일체가 된다.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니 가슴이 시원하다. 가파른 오솔길을 지나 첫 능선에 오른다. 환의재(換衣嶺)이다. 내소사와 암자들이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서 초련과 벽송 모자(母子)간의 애틋한 전설을 떠올려본다. 이미 초련은 집 떠난 아들을 찾아 헤맨 끝에, 아들(벽송)이 내소사 뒤 암자에서 스님이 되어 불도에 정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초련은 아들의 옷을 지어 이 고갯마루에서 만나 옷을 전해주고 돌아섰다 하여 그 고개를 ‘환의재’라 불려 오고 있다. 모자간의 애틋한 정이 전해 오는 곳이다. 바로 옆 봉우리가 관음봉(432m)이다. 관음봉에 오르니 내소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곰소의 갯벌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 보인다. 관음봉에서 재백이고개까지는 암릉길이다. 재백이고개에서 직소폭포까지는 울창한 숲길이다. 비탈길로 내려서니 계곡에서 세찬 물소리가 들린다. 변산8경의 첫째인 직소폭포다. 22.5m 높이에서 암벽을 타고 쏟아지는 물소리가 시원한 청량감을 더 한다. 폭포 아래 용소는 그 깊이를 짐작키 어려울 만큼 깊다하니 마음마저 서늘해진다. 폭포 물줄기에 속세의 번뇌를 던져볼까?

직소폭포 오른쪽으로 커다랗고 기이한 바위가 보인다. ‘코끼리바위’다. 산 아래에서 바라보면 코끼리 옆모습과 닮아서 ‘코끼리바위’로 불린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마치 말안장 모양처럼 보여 ‘안장바위’라고도 불린다. 물이 흐르는 계곡은 사람들이 통행하지 못하게 철조망으로 통제를 하고 있다. 이 계곡에서만 ‘부안종개’라는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계곡 일부를 통제하여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변산 탐방소로 내려 왔다. 능가산 자락에 여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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